빛이 없는 심해에서 산소가 만들어진다? ‘다크 옥시전’이 뒤흔든 해저의 상식
우리는 학교에서 산소가 만들어지는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광합성을 배웠습니다.
식물과 조류,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햇빛을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에서 유기물을 만들고 산소를 내놓습니다.
그렇다면 햇빛이 단 한 줄기도 닿지 않는 수천 미터 깊이의 심해에서는 어떨까요?
당연히 산소가 새로 만들어지기보다, 위쪽 바다에서 내려온 산소를 생물들이 조금씩 소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최근 과학계에서는 이 오래된 상식에 아주 이상한 질문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혹시 깊은 바닷속에서도 산소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산소에는 이름까지 붙었습니다.

바로 다크 옥시전(Dark Oxygen), 우리말로 하면 ‘어둠의 산소’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다크 옥시전은 아직 완전히 확인된 새로운 자연현상이라고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2024년 처음 발표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반론이 제기됐고, 2026년 현재 과학자들이 새로운 장비를 가지고 심해로 내려가 다시 검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습니다.
과학은 새로운 발견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맞는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1. 사건이 시작된 곳은 태평양 수심 약 4,000m 심해였다

다크 옥시전 논쟁의 중심에는 태평양의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역(Clarion-Clipperton Zone)이 있습니다.
이곳의 해저에는 감자나 돌멩이처럼 생긴 검고 둥근 덩어리가 넓게 깔려 있습니다.
이것을 다금속 단괴(polymetallic nodules)라고 부릅니다.
망간을 비롯해 니켈·코발트·구리 등의 금속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 자원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물질입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이 지역 해저에서 산소 소비량을 측정하던 중 예상과 다른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실험 장비 내부에서 산소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한 것입니다.
2024년 Nature Geo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일부 실험에서 산소 농도가 이틀 동안 배경 수준의 세 배 이상까지 증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처음에는 연구자들도 장비 고장을 의심했습니다.
심해 생물들이 산소를 만들 이유도 없고, 햇빛도 없는 곳에서 광합성이 일어날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현상이 반복해서 측정되자 연구팀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2. 바닷속 돌멩이가 ‘천연 배터리’일까?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바로 다금속 단괴였습니다.
다금속 단괴에는 서로 다른 금속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전기화학적 특성을 가진 물질들이 접촉하면 아주 작은 전위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단괴 표면에서 최대 약 0.95볼트의 전위를 측정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여기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가설이 등장합니다.
여러 개의 단괴나 서로 다른 영역에서 발생한 전기적 효과가 결합하면서 바닷물 속 물 분자를 분해하고, 그 결과 산소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심해 바닥에 수많은 작은 자연 배터리가 흩어져 있는 셈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물이 전기분해되면 산소와 수소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가설이 맞다면 햇빛도 식물도 없는 곳에서 산소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바로 이것이 ‘다크 옥시전’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3. “그 전압으로는 물을 분해하기 어렵다”
다른 과학자들이 즉시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일반적인 조건에서 물을 전기분해하려면 이론적으로 약 1.23볼트 이상의 전위차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연구에서 측정된 단괴의 전위는 최대 약 0.95볼트였습니다.
비판하는 연구자들은 이것만으로 자연스럽게 바닷물이 분해돼 산소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2025년 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발표된 비판 논문에서는 이전에 비슷한 해저 실험을 수행했던 여러 연구에서 산소 발생 현상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실제로 물이 전기분해돼 산소가 만들어졌다면 반대쪽에서는 수소도 관찰돼야 합니다.
그런데 초기 실험에서는 이 과정을 충분히 확인할 정도의 수소 측정 자료가 없었습니다.
비판자들은 결국 이런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산소가 실제 바다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측정 장비에서 발생한 실험 오차일 수도 있다.”
4. 결국 원 논문에 ‘편집자 주의’가 붙었다
논쟁은 2026년 더욱 커졌습니다.
2024년 논문을 게재했던 Nature Geoscience는 2026년 4월 8일, 해당 논문의 일부 내용에 대해 우려가 제기돼 검토 중이라는 편집자 주의(Editor's Note)를 추가했습니다.
이것은 논문이 틀렸다고 최종 판정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대로 다크 옥시전이 사실이라고 인증했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말 그대로 현재 과학계가
“중요한 의문이 있으므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과학의 진짜 모습이 보입니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진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연구자가 같은 방법으로 반복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고, 다른 가능한 원인도 하나씩 제거해야 합니다.
5. 그래서 2026년 과학자들이 다시 심해로 향하고 있다

다크 옥시전 연구팀은 논쟁을 피하기보다 직접 다시 측정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2026년에는 Dark Oxygen Research Initiative(DORI)라는 국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과거보다 훨씬 전문적인 심해 장비를 이용합니다.
심해 착륙 장비는 산소뿐 아니라 수소, 전기전도도, 압력, 탁도 등 여러 요소를 동시에 측정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장비는 최대 약 11km 깊이의 수압을 견디도록 제작됐다고 연구 프로젝트 측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이 수소 측정입니다.
정말 바닷물이 전기분해되고 있다면 산소와 함께 나타나야 할 다른 증거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단괴 자체의 전기화학 반응뿐 아니라 미생물이 관여할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2026년 현재로서는 그래서 가장 정확한 표현이 이것입니다.
“다크 옥시전은 흥미로운 관측 결과이지만 자연적인 산소 생성 현상인지는 아직 검증 중이다.”
6. 그런데 왜 세계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걸까?

단순히 새로운 산소 생성 방법 하나를 알아내는 문제라면 이렇게 큰 관심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다크 옥시전 문제가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심해 채굴과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다금속 단괴에는 전기차 배터리와 산업에 활용되는 금속 자원이 들어 있습니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이 단괴를 채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심해 생태계는 지구에서도 가장 연구가 덜 된 생태계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가 그곳에서 어떤 생물이 살아가는지도 완전히 모르는 상황에서 수천 년, 수백만 년에 걸쳐 만들어진 단괴를 대규모로 제거했을 때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만약 다금속 단괴가 실제로 심해에서 산소 생성에 관여한다면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단괴는 단순한 광물 자원이 아니라 심해 생태계의 화학적 환경을 유지하는 요소일 가능성까지 생기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다크 옥시전이 실험 오류로 밝혀진다면 이런 주장은 다시 수정돼야 합니다.
그래서 정확한 검증이 중요합니다.
7. 다크 옥시전이 사실이라면 지구 생명의 역사도 바뀔까?
여기부터는 매우 조심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지구 초기에는 지금처럼 대기에 산소가 풍부하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광합성 생물들이 산소를 방출하면서 지구 환경이 크게 변화했고, 약 24억 년 전 무렵에는 대기 중 산소가 크게 증가하는 이 일어났습니다.
그렇다면 광합성 이전에도 광물이나 다른 화학 반응을 통해 국지적으로 산소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면 어떨까요?
초기 생명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얼음으로 뒤덮인 외계 천체의 지하 바다에서도 비슷한 화학 작용으로 산소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한 문장을 붙여야 합니다.
아직은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단계일 뿐입니다.
다크 옥시전 자체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지구 생명의 기원이나 외계 생명을 설명하는 것은 너무 이릅니다.
8.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는 생각보다 훨씬 낯선 세계다
인류는 달 표면과 화성의 모습을 수없이 촬영했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깊은 바다는 여전히 우리가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공간입니다.
수천 미터 아래에는 태양빛이 없습니다.
압력은 엄청나고 수온은 낮습니다.
그런 극한 환경에서도 생명은 존재합니다.
열수분출공 주변에서는 햇빛 대신 화학 반응에서 얻은 에너지로 살아가는 생명체도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 심해에서 정말 새로운 방식으로 산소까지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밝혀질 결론은 “정말 새로운 산소 생성 과정이 있었다”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정교한 실험 장비가 만든 착시였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과학적으로는 의미가 있습니다.
틀린 가설을 정확한 실험을 통해 제거하는 것 역시 과학의 중요한 발전이기 때문입니다.
한눈에 정리
- 다크 옥시전은 햇빛이 없는 심해에서 관측됐다고 보고된 산소 증가 현상이다.
- 2024년 태평양 심해의 다금속 단괴 주변에서 산소가 증가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 연구진은 단괴의 전기화학적 작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 다른 연구자들은 전압·실험 장비·재현성 문제를 이유로 강한 반론을 제기했다.
- 2026년 4월 원 논문에는 편집자 주의가 추가됐다.
- 현재 국제 연구팀이 새로운 심해 장비로 산소와 수소 등을 다시 측정하고 있다.
- 따라서 다크 옥시전은 아직 ‘확정된 발견’이 아니라 검증 중인 과학적 가설이다.
FAQ
Q. 다크 옥시전은 정말 발견된 건가요?
심해에서 예상 밖의 산소 증가가 관측됐다는 연구는 발표됐지만 그 원인이 자연적인 산소 생성인지 실험적 오차인지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Q. 햇빛 없이 산소가 만들어질 수 있나요?
광합성 외에도 특정 화학 반응으로 산소가 생성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심해 다금속 단괴가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하는지는 검증이 필요합니다.
Q. 다금속 단괴는 무엇인가요?
심해 바닥에서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성장한 광물 덩어리입니다. 망간·니켈·코발트·구리 등의 금속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Q. 왜 심해 채굴과 관련이 있나요?
채굴 대상인 다금속 단괴가 심해 환경의 산소 순환이나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이를 제거할 때 예상하지 못한 환경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Q. 결론은 언제 나올까요?
새로운 현장 실험과 반복 검증 결과가 축적돼야 합니다. 2026년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성급한 결론보다는 후속 연구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한 주요 연구
2024년 Nature Geoscience의 최초 다크 옥시전 연구와 2025~2026년 비판 연구 및 재검증 프로젝트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원 논문에는 2026년 4월 편집자 주의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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